이용후기 스타놀이터

아무리 포탄도 버틸 수 있는 단단한 두개골을 가진 뱀이라지만, 그런 무지막지한 공격을 머리에 수도 없이 허용하고도 멀쩡할 수는 없었다.
도끼로 단단하기 그지없는 머리뼈가 조금씩 으스러지는 느낌을 몇 번이나 받았을까.
집보다 크던 뱀에게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명백하게 힘을 잃은 모습에 뚜와가 멈추지 않고 몇 번 더 도끼를 내려치자 마침내 놈이 축 늘어졌다.
“내 도끼도 죽었네.”
핏물이 한 방울씩 뚝뚝 흘러내리는 도끼날을 보며 뚜와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늘 이게 문제였다.
특별히 강인한 마법 금속이라도 섞지 않는 한, 강철만으로는 오거의 말도 안 되는 괴력을 제대로 받아낼 수가 없었다.
지금 뚜와가 쓰던 도끼도 자루까지 통짜 철로 만든 물건이었지만 전투 한 번에 엉망으로 변했다. 날은 전부 뭉개졌고, 자루는 도끼머리 바로 아래에서부터 조금 뒤로 휘어진 상태.
그렇다고 아예 둔기를 쓰자니 날붙이에는 날붙이만의 강점이 있어서 내키지 않는다.
괜히 쿨랍담이 쓰는 진은 할버드가 부러워진 뚜와가 도끼 두 자루를 허리에 걸치며 돌아섰다.
얼빠진 얼굴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동료를 바라보며 그가 씩 웃었다.
“뭐야, 표정들이 왜 그러냐? 괴물은 죽었고, 우린 집으로 갈 수 있다고? 마을 사람들은 이제 평화롭게 살 수 있고. 웃어야지.”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으히히히!”
파라디소에서부터 뚜와와 동행한 지도 벌써 두 달이다.
이제 함께 살아가기로 했으니, 오거에 대한 인식도 개선할 겸 파라디소는 꾸준히 휘하 병력을 치안이 불안정한 곳으로 파견했다.
어차피 세계는 괴물이며 도적, 이해할 수 없는 신비 현상 따위로 늘 위험했으니까.
위험을 없애주면서 기존의 괴물이라는 인식을 구원자나 수호자 따위로 바꾸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비단 오거의 인식 변화만을 위한 활동도 아니었다.
알리아타는 어쨌거나 하나가 됐으니, 이전처럼 느슨하게 이름만 같은 나라 사람으로 남으면 곤란하다. 난세를 맞아 온전히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파견이다.
“다들 마약이라도 먹었냐? 왜 실성한 것처럼 웃냐?”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좋아서 그렇지, 좋아서! 집에 갈 수 있잖아!”
“뚜와는 안 좋아요?”
“아니··· 나도 좋긴 한데. 음. 하긴, 너희가 옳다! 나도 기쁘다! 으하하하하하! 이제 뚜와는 자유의 몸이다!”
동료들의 기겁한 얼굴을 보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던 뚜와가 이내 행복하게 웃기 시작했다.
왜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는지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여전히 세상 사람들은 오거를 괴물로 생각하고 두려워한다. 그걸 바꿔나가는 건 분명히 보람찬 일이다.
더구나 알리아타 연방 전체를 위해서도 이는 좋은 일이다.
의식이나 정신 같은 문제를 떼어놓고라도 너무도 많은 땅이 갖가지 위협으로 인해 놀고 있지 않은가.
거대한 국가들과 충돌이 불가피한 지금, 알리아타는 완전한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중심부의 산맥으로 인해 동서 교류가 불가능한 상황도, 넓은 영역이 아무것도 못 하는 공지로 남아있는 상황도 타파해야 할 구태다.
시대를 휩쓸 난세에 맞서 정면으로 싸우기 위해.
물론 팔불출 아빠 뚜와에게는 그런 사소한 것보다 따듯한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 보낼 수 있다는 게 행복했을 뿐이다.
“이제 정말 집으로 가는 거다!”
미친 듯이 웃는 뚜와와 어색하게 따라 웃는 동료들, 그 와중에 어리바리하게 행동한 게 마음에 걸렸는지 눈치만 살피는 신병.
이상하고 신기한 통일 알리아타 연방의 하루였다.
***
뚜와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 커다란 손이 괴물을 잡은 손이구려···”
“아, 예. 그렇습니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오···”
그들이 대충 일만 해결하고 휙 떠나는 이야기 속 용사들도 아니고, 괴물 잡았다고 모든 게 끝나지는 않았다.
일단 마을 사람들에게 괴물이 죽어 안전해졌다는 걸 알려야 하지 않겠는가.
덜컥 괴물만 죽이고 도망치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들을 기다리던 마을 사람들에게 실례다.
더구나 지금 이곳에 파견된 건, 길드의 요청 같은 게 아니라 엄연히 공무다. 절차라는 게 있는 것이다.
덕분에 뚜와의 행복한 귀향은 슬프게도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행복에 겨워 떠드는 잔치로 인해서.
물론 행복의 형태가 모두 같지는 않았다.
“오래 사셔야죠. 앞으로는 더 좋아질 날만 있을 겁니다. 오래오래 사시면서, 변하는 세상을 지켜봐 주세요.”
뚜와는 두려움도 없이 제게 가까이 다가와 커다란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눈물 흘리는 노파를 달랬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의 복수를 부탁하던 어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
이토록 마음 약하고 눈물 많은 노인이 피눈물 흘리며 복수를 외쳐야만 했던 현실이 미울 따름이다.
듣자 하니 진작에 복귀해야 했을 그들이 이곳으로 오게 된 것도 노파의 요청 때문이라고 했다. 오거가 포함된 토벌 부대 구성에 지레 겁먹고 토벌 요청도 하지 않던 마을 사람들을 일일이 설득한 게 노파였다고 하니까.
다행히 그녀의 바람은 이뤄졌다.
하지만 이게 정말로 이뤄졌다고 표현할 수 있는 걸까? 복수의 끝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면, 너무도 슬프고 괴로운 일이 아닐까?
뚜와는 조심스럽게 검지손가락으로 작고 스타놀이터 노파의 등을 쓸어내리며 생각했다.
“혹시, 원하신다면 파라디소로 함께 가실 수도 있고요.”
“대장?”
도끼로 단단하기 그지없는 머리뼈가 조금씩 으스러지는 느낌을 몇 번이나 받았을까.
집보다 크던 뱀에게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명백하게 힘을 잃은 모습에 뚜와가 멈추지 않고 몇 번 더 도끼를 내려치자 마침내 놈이 축 늘어졌다.
“내 도끼도 죽었네.”
핏물이 한 방울씩 뚝뚝 흘러내리는 도끼날을 보며 뚜와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늘 이게 문제였다.
특별히 강인한 마법 금속이라도 섞지 않는 한, 강철만으로는 오거의 말도 안 되는 괴력을 제대로 받아낼 수가 없었다.
지금 뚜와가 쓰던 도끼도 자루까지 통짜 철로 만든 물건이었지만 전투 한 번에 엉망으로 변했다. 날은 전부 뭉개졌고, 자루는 도끼머리 바로 아래에서부터 조금 뒤로 휘어진 상태.
그렇다고 아예 둔기를 쓰자니 날붙이에는 날붙이만의 강점이 있어서 내키지 않는다.
괜히 쿨랍담이 쓰는 진은 할버드가 부러워진 뚜와가 도끼 두 자루를 허리에 걸치며 돌아섰다.
얼빠진 얼굴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동료를 바라보며 그가 씩 웃었다.
“뭐야, 표정들이 왜 그러냐? 괴물은 죽었고, 우린 집으로 갈 수 있다고? 마을 사람들은 이제 평화롭게 살 수 있고. 웃어야지.”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으히히히!”
파라디소에서부터 뚜와와 동행한 지도 벌써 두 달이다.
이제 함께 살아가기로 했으니, 오거에 대한 인식도 개선할 겸 파라디소는 꾸준히 휘하 병력을 치안이 불안정한 곳으로 파견했다.
어차피 세계는 괴물이며 도적, 이해할 수 없는 신비 현상 따위로 늘 위험했으니까.
위험을 없애주면서 기존의 괴물이라는 인식을 구원자나 수호자 따위로 바꾸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비단 오거의 인식 변화만을 위한 활동도 아니었다.
알리아타는 어쨌거나 하나가 됐으니, 이전처럼 느슨하게 이름만 같은 나라 사람으로 남으면 곤란하다. 난세를 맞아 온전히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파견이다.
“다들 마약이라도 먹었냐? 왜 실성한 것처럼 웃냐?”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좋아서 그렇지, 좋아서! 집에 갈 수 있잖아!”
“뚜와는 안 좋아요?”
“아니··· 나도 좋긴 한데. 음. 하긴, 너희가 옳다! 나도 기쁘다! 으하하하하하! 이제 뚜와는 자유의 몸이다!”
동료들의 기겁한 얼굴을 보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던 뚜와가 이내 행복하게 웃기 시작했다.
왜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는지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여전히 세상 사람들은 오거를 괴물로 생각하고 두려워한다. 그걸 바꿔나가는 건 분명히 보람찬 일이다.
더구나 알리아타 연방 전체를 위해서도 이는 좋은 일이다.
의식이나 정신 같은 문제를 떼어놓고라도 너무도 많은 땅이 갖가지 위협으로 인해 놀고 있지 않은가.
거대한 국가들과 충돌이 불가피한 지금, 알리아타는 완전한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중심부의 산맥으로 인해 동서 교류가 불가능한 상황도, 넓은 영역이 아무것도 못 하는 공지로 남아있는 상황도 타파해야 할 구태다.
시대를 휩쓸 난세에 맞서 정면으로 싸우기 위해.
물론 팔불출 아빠 뚜와에게는 그런 사소한 것보다 따듯한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 보낼 수 있다는 게 행복했을 뿐이다.
“이제 정말 집으로 가는 거다!”
미친 듯이 웃는 뚜와와 어색하게 따라 웃는 동료들, 그 와중에 어리바리하게 행동한 게 마음에 걸렸는지 눈치만 살피는 신병.
이상하고 신기한 통일 알리아타 연방의 하루였다.
***
뚜와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 커다란 손이 괴물을 잡은 손이구려···”
“아, 예. 그렇습니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오···”
그들이 대충 일만 해결하고 휙 떠나는 이야기 속 용사들도 아니고, 괴물 잡았다고 모든 게 끝나지는 않았다.
일단 마을 사람들에게 괴물이 죽어 안전해졌다는 걸 알려야 하지 않겠는가.
덜컥 괴물만 죽이고 도망치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들을 기다리던 마을 사람들에게 실례다.
더구나 지금 이곳에 파견된 건, 길드의 요청 같은 게 아니라 엄연히 공무다. 절차라는 게 있는 것이다.
덕분에 뚜와의 행복한 귀향은 슬프게도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행복에 겨워 떠드는 잔치로 인해서.
물론 행복의 형태가 모두 같지는 않았다.
“오래 사셔야죠. 앞으로는 더 좋아질 날만 있을 겁니다. 오래오래 사시면서, 변하는 세상을 지켜봐 주세요.”
뚜와는 두려움도 없이 제게 가까이 다가와 커다란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눈물 흘리는 노파를 달랬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의 복수를 부탁하던 어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
이토록 마음 약하고 눈물 많은 노인이 피눈물 흘리며 복수를 외쳐야만 했던 현실이 미울 따름이다.
듣자 하니 진작에 복귀해야 했을 그들이 이곳으로 오게 된 것도 노파의 요청 때문이라고 했다. 오거가 포함된 토벌 부대 구성에 지레 겁먹고 토벌 요청도 하지 않던 마을 사람들을 일일이 설득한 게 노파였다고 하니까.
다행히 그녀의 바람은 이뤄졌다.
하지만 이게 정말로 이뤄졌다고 표현할 수 있는 걸까? 복수의 끝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면, 너무도 슬프고 괴로운 일이 아닐까?
뚜와는 조심스럽게 검지손가락으로 작고 스타놀이터 노파의 등을 쓸어내리며 생각했다.
“혹시, 원하신다면 파라디소로 함께 가실 수도 있고요.”
“대장?”
- 다음글이럴꺼면 온라인홀덤 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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